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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한령 해제 얘기가 나오고 실제로 중국이 국산 게임 수입을 허가하면서 여전히 냉기가 도는 증시에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거의 1년 전인 2021년 말 국내 주요 게임사 멀티플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상대적으로 밸류 부담이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기업 가치가 낮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시장 유동성 축소, 신작 게임 부재, 코로나 이슈 해소 등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가까운 일본 주요 게임사들 현황을 살펴봤더니 국내 게임사들과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주가 추이로만 보면 2022년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역대 최악의 순간이었을 겁니다. 반면, 일본 게임사 주가는 횡보하거나 오히려 이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역사적 고점을 갈아 치웠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단 국내 기업들이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던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코인 시장과 엮이면서 ‘버블’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게임사 PBR과 일본 주요 게임사 PBR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국 게임사 주가는 줄 곧 하락했고 일본 게임사 주가는 줄 곧 상승했는데 PBR이 같다는 것은 일본 게임사들이 그 동안 얼마나 저평가 돼 있었는지를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일본 게임사들은 어떻게 재평가를 받게 된 것일까요? 가장 중요한 지적재산권(IP)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IP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새로움’과 ‘재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게임은 주로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합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JRPG(일본식 RPG라고 해서 턴제 방식으로 불리기도 함)도 큰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죠.

     

    여전히 JRPG 장르 게임이 출시되고 있지만 기존 턴제 방식의 지루함을 해소하고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도 많고요. 이뿐만 아니라 유저 컨트롤이 중시되거나 각종 조합(빌드)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실시간+턴제 전투 스타일 게임도 등장합니다. 전자는 대표적으로 다크소울 시리즈,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꼽을 수 있고요. 후자는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가 해당됩니다.

     

    특히 다크소울은 ‘소울라이크'(다크소울+로그라이크) 장르를 만들어 내면서 일본 게임사들이 새로 개척한 장르가 돼 버렸습니다. 몬스터헌터도 소울라이크와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시리즈 첫 출시일로 보면 다크소울보다는 선배격입니다. 그렇다면 소울라이크(몬스터헌터 포함) 장르가 나온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왜 이제서야 주목을 받았을까요?

    이 게임들의 가장 큰 단점은 대중성 부족이었습니다. 너무 높은 난이도, 불편한 UI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긴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기류의 변화 시기를 정확히 꼽긴 어렵지만 아마도 2018년 ‘몬스터헌터 월드’가 나온 이후가 아닌가 합니다. 이 작품은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대중화 시킨 장본인이자 여타 고난이도 게임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여타 JRPG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소울라이크 장르는 아니지만 컨트롤과 타이밍 그리고 전략 등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그 색채가 묻어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서 한국 게임을 한번 되돌아보죠.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1990년대 국내 게임 대표 주자로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MMORPG 강국이 돼 버린 한국에서 국내 게임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사건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바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입니다. 아쉽게도 그 외에는 게임 장르는 물론이고 글로벌 IP로 성공한 사례도 없습니다.

     

    중국 판호가 열렸다고 하지만 언제든 또 다시 닫힐 수도 있기 때문에 마냥 들떠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게임인데요. 클라우드 게임은(아직 한계는 있지만) 기기 성능을 불문하고 다양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모바일 기기 성능에 대한 핑계, 편의성을 이유로 한 자동사냥, 뽑기 시스템 등이 점차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국내 게임사들에 닥칠 미래 사업 환경은 더욱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신작을 출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신작 효과가 나올지도 의문입니다. 이미 수많은 게임들이 신작 출시로 곤혹을 치렀거든요. 게임사들은 조금 늦고, 조금 덜 벌더라도 더 많은 준비를 해야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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