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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CJ제일제당이 서로를 향해 ‘갑질’이라며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마진율을 요구했다고 말하는 반면,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도 발주 물량보다 부족하게 공급했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입니다. 급기야 쿠팡은 CJ제일제당 주요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이게 쿠팡과 CJ제일제당 상호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가 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 사례가 적당한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시 LG생활건강이 주장한 내용을 보면 CJ제일제당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후 LG생활건강은 쿠팡에 입점 요청을 지속해서 보내는 등 ‘사실상’ 쿠팡이 승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요? 우선 두 기업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면 쿠팡은 올해 3분기 기록한 ‘흑자’를 이어가야 하고 CJ제일제당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마진율을 높여야 합니다. 결국 마진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유통식품업계에서는 누가 ‘갑’이고 ‘을’일까요? 과거 대형마트가 등장한 이후 더욱 분명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갑의 입장에 서게 되죠. 그 바톤을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이어 받았고요. 물론 모두가 인정하는 훌륭한 제품이 입점을 하지 않으면 플랫폼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제품들은 해당 기업이 자체 플랫폼을 운영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언제든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자체 플랫폼이 없어도 여타 플랫폼에서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 때 수요가 한 플랫폼으로 몰린다면 여타 플랫폼들은 단연 ‘을’의 위치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훌륭한 제품’의 대체제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CJ제일제당 주요 제품들이 유명하고 인정을 받고 있지만 대체제가 없는 것도 아니죠. 특히 쿠팡 결제 시스템이나 로켓배송 등을 고려하면 대체제 수요가 더욱 확대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자체 플랫폼으로만 성장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채널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이키가 지난 2019년 아마존과 결별하면서 D2C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B2B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명 CJ제일제당이 불리한 입장에 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CJ그룹은 네이버와 연합체제를 구축하고 있어요. 최근 네이버 쇼핑 폼이 올라오는 속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네이버는 지난해 전자상거래 솔루션 기업 카페24와 상호 지분을 교환해 최대주주에 등극했습니다. 카페24는 D2C 시대에 크게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네이버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쇼핑 플랫폼 입지를 강화할수록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입지가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입지 강화’는 쿠팡 수준의 경제와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이 격차를 따라잡는 것은 단기적으로 쉽지 않을 겁니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선 쿠팡의 부당함을 증명하든지, 일부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쿠팡 입점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자체 역량 혹은 네이버와 연계 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아마존 사례로 보면 유통 플랫폼을 이긴 기업은 없었습니다. 나이키처럼 독립에 성공한 것도 나이키 뿐입니다. CJ제일제당은 다른 선례를 남길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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